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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07 D+33 불타는 고구마, 피츠로이 보러 가기 본문

여행/아르헨티나

19.11.07 D+33 불타는 고구마, 피츠로이 보러 가기

방프리 2020. 2. 26. 15:26

3대 미봉으로 유명한 피츠로이를 보러 가기 위해 새벽 일찍부터 일어났다.

일출 때 해가 피츠로이의 끝부분을 비치는 모습이 고구마 끝부분이 불타는 것 같다고 해서 불타는 고구마란 이름이 

붙여졌는데, 그걸 보러 가려면 일찍 떠나야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중간 지점에서 보고 돌아온다고 했는데 우리는 직접 끝까지 가서 보고 싶어 2시쯤 출발했다.

다행이 숙소에서 스틱을 무료로 대여해줘서 4개정도 빌려서 출발했다. 

가는 길이 굉장히 좁아서 한 줄로 줄서서 갔다. 

너무 어둡고 산 속이라 빛도 하나도 없어서 다들 혼자 왔으면 절대 못왔다고 했다. 

나도 만약 일행 없었음.... 절대 못왔을 것 같다. 

길이 복잡한 건 아닌데... 어두워서 그런지 길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표지판을 봐도 여기가 맞나 싶기도 했고

우여곡절 끝에 중간 지점? 이라 할 수 있는 Capri 호수까지는 도착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피츠로이 전망대가 나온다. 숙소 아주머니 말씀으로는 피츠로이까지는 2~3시간 정도만 걸린다고 했는데

길을 잃어버려 중간에 이상한 길로 빠져버려서.... 피츠로이 전망대에 도착했을 땐 이미 거의 일출 시간이 다가왔었다.

대락 한 시간 정도 남았었는데 여기서 피츠로이 끝까지 가면 절대 도착하진 못할 것 같아서 전망대에서 

벌벌 떨면서 한 시간을 기다리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잘한 것 같다.)

정말 보기 힘들다는 맑은 날씨의 피츠로이는 아니었지만... 어제는 아예 안보일 정도였다고 하니...

전망대에서 보는 피츠로이는... 구름으로 덮혀있었다. 토레스 델 파이네때도 그렇고 봉우리 보는 건 나랑 안맞나 싶었다.

한참을 촬영해도 도저히 구름이 빠질 생각을 안해서 더 이동을 해보기로 했다. 

다행히 해가 나오니 길 찾기가 너무 쉬웠다. (오히려 새벽에 어떻게 이 길을 왔나 싶기도 했다.)

어두웠을 땐 몰랐는데 날이 밝으니 전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토레스 델 파이네처럼 나무가 우거진 곳보단

이렇게 넓게 트인 평원이 나에겐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신기하게 얼음이 잔디처럼 얼어있었다.

표지판에서도 그렇고 레인저들도 물은 그냥 떠다 마셔도 될 정도로 깨끗하다고해서 마셔봤는데 

뭔가 껄끄러운 맛이 났다. (동생들은 피 맛이라고 하는데 ㅋㅋㅋ 이상한 친구들이다.)

어느 정도 가니 캠핑 포인트에 도착했다. 새벽에 피츠로이를 보러 온 사람들이 여기서 텐트를 설치하고 하루 밤을 

자는 것 같은데.... "이 날씨에???"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올라가는 코스가 있는데 그 입구 부분에서 쿠스코와 아타카마에서 봤던 형님을 만났다.

이야기해보니 어제 하룻밤을 주무셨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 어쩌다 만난 동행이 꼭 해보고 싶다고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가셨다고 ㅋㅋㅋ 심지어 영하 8도여서 잠도 제대로 못 주무셨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올라갈 때 길이 전부 얼어있어서 조심하라고 조언해주시고 엘 칼라파테에서

또 만나기로하고 헤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엊그제 비가 많이 왔어서 그런지 눈이 많이 얼어있었다. 네 발로 기어서 올라갔다 하셨는데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왜 내가 가는 날마다...;;;)

겨우겨우 끝까지 올라왔는데.... 꼭대기에서도 피츠로이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질 않았다. ㅜㅠ

잠깐잠깐 구름이 걷힐 때 보긴 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블로그에서 보던 호수는 눈에 저렇게 덮혀있었고 온통 하얀나라밖에 보이지 않았다 ㅋㅋ

바람이 거세서 저렇게 잡고 있어야된다.

한참을 꼭대기에서 놀다가 배도 고프고해서 내려오기로 했다. 

지나가다 보는 Capri 호수

돌아오는 길에 많은 사람들이 피츠로이 근처의 캠핑 포인트에 가려고 배낭을 메고 오는 모습을 보았다.

트레킹하면서 느끼는건데 돌아올 때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물어보는게 얼마나 더 가야되냐다 ㅋㅋㅋㅋ

다들 힘들기는 똑같나보다.

돌아오면서 보지 못했던 풍경도 보고 느긋하게 내려왔다.

마지막에는 남미에서 트레킹은 이제 끝이다!! 라는 생각으로 가득차있었다. 

피츠로이로 떠나는 입구의 표지판

처음 남미에 와서 트레킹이란걸 시작했는데 끝이 피츠로이라서 다행이었다.

만약 토레스 델 파이네가 마지막이었고, 풀 보드 예약해서 했다면.... 다시는 트레킹 같은거 안할 것 같다.

하지만 피츠로이에서 보았던 풍경들과 일행들과의 즐거운 추억 덕분에 트레킹에 대해 좋은 추억을 가진 채

마무리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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